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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스라엘이 싯딤에 머무는 동안에, 백성들이 모압 사람의 딸들과 음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모압 사람의 딸들이 자기 신들에게 바치는 제사에 이스라엘 백성을 초대하였고, 이스라엘 백성은 거기에 가서 먹고, 그 신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바알브올과 결합하였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크게 진노하셨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백성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잡아다가, 해가 환히 비치는 대낮에, 주 앞에서 그것들의 목을 매달아라. 그래야만 나 주의 진노가 이스라엘에서 떠날 것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재판관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제각기 당신들의 남자들 가운데서 바알브올과 결합한 자들을 죽이시오!” 이스라엘 자손이 회막 어귀에서 통곡하고 있을 때에,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한 남자가,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 온 회중이 보는 앞에서 한 미디안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론의 손자이자 엘르아살의 아들인 제사장 비느하스가 이것을 보고 회중 가운데서 나와, 창을 들고, 그 두 남녀를 따라 장막 안으로 들어가, 이스라엘 남자와 미디안 여자의 배를 꿰뚫으니, 염병이 이스라엘 자손 사이에서 그쳤다. 그러나 그 염병으로 이미 죽은 사람이 이만 사천 명이었다. (1-9절)
(후략)
해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모압 땅에 있는 싯딤에 진을 치고 있었다. 싯딤은 요단강 동쪽에 근접해 있었다. 발람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이스라엘 백성이 모압 여성들과 음행을 하기 시작한다. 모압 여성들이 이스라엘 남성들을 그들의 신전 제사에 초청했고, 그들의 신전 제사는 혼음 파티로 이어진 것이다. 이스라엘 남성들은 고된 광야 여행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영적 긴장감을 잃었고 바알브올 신전에서 성적 쾌락에 탐닉한다. 그것은 육체적으로는 음행이고, 영적으로는 배교였다(1-3절).
31장 16절에 의하면, 이것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발람이 발락에게 가르쳐 준 전략이었다. 하나님에게서 이스라엘에 대한 저주 예언을 얻어내지 못한 발락은 발람에게, 이스라엘을 자멸하게 만들 비법을 알려 달라고 청했던 것 같다. 이스라엘 남성들은 고된 광야 유랑으로 인해 오래도록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했다. 따라서 그들은 바알브올 신전에서 벌어지는 풍요로운 제사와 제사 후에 이어지는 혼음 파티에 매료될 것이 분명했다. 광야 유랑 동안 굶주렸던 식욕과 성욕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었다. 그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결합하였다”(3절)는 말(“멍에를 졌다”는 의미)에서, 이것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공식적인 계약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바알브올 제의에 매료된 이스라엘 남성들이 지파의 우두머리들을 설득하여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참여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일은 싯딤에서 한동안 지속되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이 일로 크게 진노하셔서 극단의 대책을 모세에게 지시하신다(4-5절). 지파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처형하라고 명한 것은 그들이 미디안 지도자들과 정식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제사장 나라로 만들기 위한 지난 수백 년의 계획이 어그러질 위기에 봉착했다고 판단하셨기에 전염병으로 그들을 징계하신다.
이 일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이 회막 어귀에서 통곡하고 있을 때, 시므온 가문의 지도자인 살루의 아들 시므리(14절)가 모세와 이스라엘 회중 앞에서 미디안 여성 고스비를 데리고 음행을 하기 위해 집으로 들어간다(6절). 모세를 통해 행해진 처형과 염병의 징계를 우습게 여긴 행동이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비느하스(아론의 손자이며 엘르아살의 아들)가 창을 들고 그 집으로 들어가 동침하고 있던 남녀를 찔러 죽인다(7-8절). 그 순간 염병이 그쳤는데, 이미 이만 사천 명이 희생을 당한 후였다(9절).
하나님은 모세에게, 비느하스가 “나 밖의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 자손의 죄를 속해 주었기 때문”(13절)에 그의 가문으로부터 제사장이 영원히 이어지게 하겠다고 약속하신다. 또한 미디안 사람들을 원수로 여겨 멸망시키라고 하신다(16-18절). 모세는 개인적으로 미디안 백성에게 신세를 진 셈인데, 이제는 원수로 여겨야 할 상황이 되었다.
묵상:
25장의 이야기는 구약에 기록된 이야기들 중 독자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행동에 대한 하나님의 격노와 그에 따른 잔인한 명령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두고 보면, “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의 하나님과 다르다. 구약의 하나님은 진노와 심판의 하나님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사랑과 구원의 하나님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출애굽과 광야 유랑 그리고 가나안 정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과거로부터 철저히 단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들 내면과 외면에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내면으로는, 마음과 몸에 배인 구습을 털어버려야 했습니다. 그것이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지내야 했던 이유였습니다. 외면으로는, 다른 민족의 전통과 종교에 흡수되거나 동화되지 않아야 했습니다. 정착 과정에서 “진멸”(헤렘)하라는 명령이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25장의 이야기만 읽으면,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가 지나치다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 나오는 발람의 이야기(22-24장)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저자가 발람의 이야기를 이상하게도 자세하고 길게 기록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발람은 이스라엘을 저주해 달라는 모압 왕 발락의 요청을 받고 네 번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예언을 쏟아놓습니다(23장 7-10절, 18-24절, 24장 3-9절, 15-24절). 어떤 민족도 이스라엘을 당할 수 없으며, 그 민족은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번영할 것이고, 장차 나타날 한 임금을 통해 주변 나라들을 다스릴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이 예언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정작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계획과는 상반된 행동을 합니다. 이스라엘 남성들이 행한 음행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각 지파의 지도자들이 모압인들과 정식 언약을 맺고 한동안 지속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죄악이 매우 심각했고,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이 사건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아가지고 내려올 때, 금송아지를 만들어 제사를 드렸던 시내산 사건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25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주목하고 충격받을 일은 하나님의 격노와 살해 명령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참담한 죄악입니다. 발람을 통해 주어진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너무도 놀랍기에 그들의 악행이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럴수록 하나님의 은혜는 더 환히 드러납니다.
요절: 3절
그래서 이스라엘은 바알브올과 결합하였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크게 진노하셨다.
기도: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업신여기고 자신들의 욕망을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며, 저희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죄성을 발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백성을 향해 선한 계획을 이어가시는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저희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주님의 은혜를 확인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주님의 사랑이 저희에게 있으니, 그 사랑을 기억하고, 자격 없이 받은 그 사랑에 걸맞게 살도록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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